<은하해방전선>과 아마추어리즘
<은하해방전선>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메타적인 영화다. 메타 영화는 영화가 자신의 매체적 특성을 스스로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므로, 종종 영화 제작 과정과 문법들 혹은 캐릭터와 플롯의 특성 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이들을 영화를 구성하는 부분들로 끌어들이는 것이 특징이다.
나는 메타영화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영화인'에게 가장 일상적인 주제인 '영화'를 다루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낸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메타 영화'는 가장 일상적인 영화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특히 독립 영화에서 '메타 영화'는 자신들의 직업적 정체성과 삶의 불안정을 탐구하려는 경향이 짙다. 그래서 관람자는 이러한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 <은하해방전선>의 '영재',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찬실 - 에 자신을 비추어 보며 일상에서의 감정들과 고민들을 되짚어보는 것이 감상의 재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메타 영화'라는 테마는 분명히 대중성 혹은 상업성과 어느 정도의 거리감이 있다. 왜냐하면 영화인 스스로의 개인적 감정과 철학적 질문을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다루는 경우가 많아 대중적인 영화의 그것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가 영화를 다룬다는 점에서, 어쩌면 가장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와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은하해방전선>의 미학은 철저히 '아마추어리즘'이다. 서툴러보이고, 미숙하고, 완성도가 빈약해보이는 아마추어의 불완전함은 언제나 좌절과 실패의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바로 그런 누추한 현실이 영화에 진실성을 담보해준다.
이처럼 주류 미학이 의도적으로 담아내지 않으려 하는 추한 솔직함을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아마추어리즘은 굉장히 정치적이기도 하다. 특히 소수자 정체성, 자율성과 저항성의 상징으로 아마추어리즘은 관객에게 소외된 목소리를 들려주고, 창작자에게는 자유로운 표현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써 존재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너무 적나라한 것들은 때로 부담스러울 수 있기에, 다소 진지하고 날카로울 수 있는 메시지들은 언제나 능청스러운 유머와 공존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아마추어리즘'이란 미숙함이라는 가면을 쓴 날카로운 사람들의 교활한 문법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는 모호하다 볼 수 있어도, 'B급'과 '아마추어리즘'은 분명히 다르다. B급이 장르적 문법 아래 의도된 조악함을 드러낸다면 아마추어리즘은 주류적인 완성도를 전복하려는 태도에 가깝기 때문이다.
<은하해방전선>은 언어의 한계와 무력함을 통해 창작자와 인간 관계의 복잡성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언어의 과잉 속에서 그 불완전함을 부각시키는 독특한 방식을 택하면서 소통의 실패와 창작자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영재는 자신의 생각과 비전을 언어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주 실패한다. 분명히 말은 정말 청산유수지만, 결정적으로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마음을 얻는 것에는 재능이 없어 보인다. 영화에서 이러한 영재의 모습은 언어가 반드시 생각을 정확히 전달하는 도구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동시에 영화라는 시각 매체 자체가 언어 외의 다른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어쩌면 <은하해방전선>은 언어라는 매체 자체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많은 장면에서 강조되는 언어적 소통의 실패는 언어가, 또는 발화가 역설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써 전혀 기능하지 못한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꼭 영화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도 언어뿐 아니라 이미지, 사운드, 리듬 등 다양한 요소들로 우리는 소통한다. 즉, 언어는 어떤 측면에서는 아주 미약하고 조악한 도구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