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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의 엑소시즘
EDM현대인에게 노동은 패러독스이다. 산업화 이후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노동은 생존을 위한 필연이었고,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그런데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중산층 계급이 등장하여 교육이 사회적으로 중요시되면서 학생이라는 새로운 신분이 탄생했고, 노동자 계급에게 일시적 비노동 상태로의 접근이 가능해졌다.
학생 신분의 등장은 노동의 필연성을 흔들기 시작했다. 학교에 가서 친구를 사귀고, 지식을 학습하지만 생존을 위한 노동은 하지 않아도 되는 그 애매모호한 상태가 인간에게 노동하지 않는 삶을 꿈꾸게 한 것이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났고 고학력 백수도 많아졌지만, 여전히 사회는 노동하지 않음을 정상이라 하지 않는다.
더 보기탄산계 사운드
Rock2023년 유튜버 '김계란'이 프로젝트를 통해 인터넷 방송인 3인 - 쵸단, 마젠타, 히나 - 과 NMB48(AKB 계열 그룹의 난바 버전) 출신의 아이돌 1인 - 시연 - 총 4명으로 데뷔한 걸밴드 'QWER'은 메인스트림 기획사의 아이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두터운 팬층과 인기, 그리고 화제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아주 특이한 케이스의 걸그룹이다.
QWER의 프로덕션 방식, 서브컬쳐 혹은 '인터넷 방송'과 관련된 잡음, '록 밴드'라는 정체성과 실력에 대한 논란 등이 한 때 일부 커뮤니티나 SNS 상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적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그런 음악 외부적인 요소들이 아닌 'QWER'의 음악적 색채와 방향성에 관한 것이다.
더 보기시부야계와 K-POP
Shibuya-kei타임리스한 멋과 감성을 추구하는 리스너들에게 Lamp의 음악은 2004년부터 지금까지 하나의 멋진 취향으로써 유효하다. '홍대 인디음악'이 있는 것처럼 도쿄에는 '시부야계' 음악이 있(었)고, Lamp 역시 '시부야계'로 분류되거나, 혹은 그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로 보는 경우가 있다.
사실 '시부야계'라는 말이 한정된 지역에 의미를 두는 언어인만큼 특정 음악의 스타일을 명확하게 범주화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떤 일본의 음악들이 '시부야계'로 분류되곤 한다는 것이, 또는 '시부야계' 아티스트의 음악을 찾아 들었을 때 그 노래들이 일관적이었다는 필자의 사적인 경험이 혹시 시부야계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더 보기<은하해방전선>과 아마추어리즘
Film재능은 있지만 이룬 것은 아직 딱히 없는 젏은 영화 감독 영재의 이야기. 말 많은 그를 말없이 받아주던 여자친구 은하는 떠나고. 화려한 캐스팅과 버라이어티한 투자 계획은 있으나 시나리오는 진전 없다. 암울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나름 예민한 영재는 설상가상으로 실어증에 걸린다. 구강액션의 정점, 복화술을 구사하던 배우 혁권은 물심 양면으로 감독 영재를 도와보지만 영화사 대표는 몽골 천재 쌍둥이 감독들에게 영재의 프로젝트를 맡기고 싶은 눈치다. 영화도, 연애도 점점 꼬여만 가는 영재. 총체적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더 보기무더위의 음악
Tropical사실 트로피컬이라는 장르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 단지 음악이 '트로피컬(Tropical)'한 분위기를 묘사할 때, 느껴지는 열대 기후의 서정적인 분위기와 이국적인 스타일을 설명하기 위해 쓰일 뿐이다. CHS의 라이브 영상처럼, 울창한 숲과 푸른 빛의 자연, 그리고 무더우면서도 시원한 여름의 분위기를 음악의 주제로 한다면 다양한 스펙트럼의 음악 앞에 '트로피컬'이란 수사가 붙을 수 있다.
CHS는 '트로피컬 사이키델릭 그루브'로 자신들의 음악을 정의했다. 다소 복잡하게 보일 수 있는 표현이지만, 차근차근 보면 이해가 어렵지 않다.
더 보기서프 판타지
Surf Rock서프 문화는 젊은 서퍼들이 해변에서 노닥거렸던 모든 행위로부터 출발했다. 1960년대 미국에서 서핑의 인기와 함께, 초기 서퍼들의 라이프스타일은 그들이 즐겼던 음식과 패션, 미술과 디자인, 그리고 음악을 통해 표현되며 초기 서프 문화의 기반이 되었다.
초기 서프 문화가 인기 서핑 지역이었던 캘리포니아의 해변을 배경으로 삼은 것과 같이, 한국 역시 제주도 혹은 '부산의 송정 해변'을 배경으로 삼았다. 그래서인지, '세이수미'로 대표되는 한국의 서프 록 밴드는 '부산'이라는 지역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더 보기괴수
Game리듬 게이머에게 괴수는 유행어 이상으로 게임의 본질과 플레이어의 지향점이 잘 드러나는 단어이기도 하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뉴비든 올드비든 상관없이 리듬 게이머는 괴수를 동경하고, 욕망해왔다.
초기 리듬게임 시장이 아케이드 게임장을 중심으로 발달했을 때부터 리듬 게이머들은 CSM*과 같은 괴수 플레이어가 주로 다니는 오락실을 ‘성지’로 여겼고, 수많은 리듬 게이머들은 굳이 먼 길을 마다않고 원정을 다녔다. 괴수의 플레이를 구경하는 것은 하나의 공연을 보는 것과 유사한 경험을 제공했으며, 리듬 게이머들은 ‘미미오락실’과 같은 리듬게임 성지에서 누구보다 가까이 괴수를 바라보고 아이돌처럼 선망할 수 있었다.
더 보기블랙 팬서와 아프로퓨처리즘
Movie문화콘텐츠 생산자들은 그것이 굉장히 까다로운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내러티브 속에 메세지를 담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언제나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발생시키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자 자신의 작품을 통해 수행하고 싶은, 아주 사소할지라도 특정한 정치적 동기는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블랙 팬서’는 이러한 맥락에서 아주 선명하게 ‘흑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영화이다. 영화의 거의 모든 부분이 흑인과 관련된 이미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주제 또한 모든 부분에 걸쳐서 흑인 인권 문제에 대해 깊이 고찰하고 있다. 본 글을 통해 ‘블랙 팬서’가 어떤 방식으로 흑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이와 동시에 크게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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